"콩 전도사' 권순영씨 "전쟁겪은 한국 아프간 아픔 함께 하자"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의 참상을 딛고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쟁을 겪은 한국이 이들의 아픔을 함께 하면 이미지 제고는 물론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03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 양귀비밭을 콩밭으로 변모시킨 재미동포 권순영(58) 박사는 7일 "아프간 마약퇴치부, 농축산부와 함께 2007-2011년 콩 22만t을 생산하는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며 "이 국책사업을 위해 한국이 콩 가공과 두유 기계 등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인구 2천800만명의 아프간은 산모 6명 중 1명이 분만 중에, 어린이 4명 중 1명은 5세 이전에 각각 사망한다고 전했다.
이런 참상을 2002년 첫 방문해 보고 들은 권 박사는 비영리단체인 '영양교육인터내셔널(NEI)'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양귀비밭을 갈아 엎고 콩을 심어 그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했다.
그는 2003년 아프간 정부로부터 30에이커의 땅을 99년간 무상제공 받아 콩을 심었고, 양귀비 밭에서 콩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후 35개주 중 2004년 1개주, 2005년 12개주, 2006년 22개주가 실험 재배에 성공했다.
권 박사는 콩 재배 성공과 함께 두유가공 기계를 구입해 아프간에 두유가공공장을 설립했다.
그는 "오는 3월에 600t의 종자를 구입해 들어가 1만여 명의 농부에게 전달한다"며 "올해 수확량을 2만t으로 정했고, 내년에는 4만t을 수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유공장과 콩기름, 콩가루 등 콩 가공 공장, 영양제 공장 등을 앞으로 계속 지어나가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의 지원을 호소했다.
사료와 양계산업, 비료산업, 농기계 등 관련 사업분야 진출도 권장했다. 이렇게 아프간에 기여하면 장래 지하자원 개발 등에서 한국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
권 박사는 "NEI는 지금 아프간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을 NEI가 전적으로 나서서 도와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분유회사인 네슬레의 의료식품 개발담당 이사로 20년 째 근무하는 그는 회사와는 상관 없이 개인 휴가를 내 자선활동을 펼쳤고, '구원' '박애'라는 종교적 신념으로 사재를 터는 것은 물론 친척과 기업 등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아프간에 '희망의 콩'을 심어왔다.
권 박사는 두유 기계 구입 등과 관련해 최근 방한했다가 9일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