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내전으로 굶주림과 영양부족에 시달리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호구지책으로 드넓은 땅에 양귀비를 재배해 유럽 등에 수출했다. 하지만 삶은 더 핍박해지고 기아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이 5명 가운데 1명이 다섯 살도 안 돼 세상을 떠나고, 평균 16살에 결혼해 대체로 6명의 아이를 낳는 엄마 가운데 일부는 출산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권 대표는 2003년 자비를 털어 NEI를 설립했다. 기아와 영양실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단백질 공급원인 콩을 제시하고 현지인들을 설득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해 UC 데이비스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식품생화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6년 세계적 식품회사인 네슬레에 입사해 콩으로 만든 영아용 대체 분유를 비롯해 의료식품 개발을 담당했다. NEI를 세우고 한국과 카불에 사무소를 낸 그는 2008년 회사를 조기 퇴직했고, 아프가니스탄 콩 재배와 가공공장 설립 등에 매진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34개 주 가운데 30개 주가 콩을 심고 있다. 나머지 4개 주는 정부군과 탈레반의 싸움이 치열했던 곳이다. 권 대표는 미군 철수로 사실상 전쟁이 끝났기에 4개 주에서도 곧바로 콩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아프가니스탄의 양귀비밭에 한 번도 재배한 적 없던 콩을 심어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는 뜻의 고사성어)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런 이유로 그에게는 '아프가니스탄 콩 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이 영양실조를 스스로 퇴치할 수 있도록 NEI가 돕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콩 종자 개발 및 생산, 콩 재배 확산, 콩 가공공장 건설, 콩 시장 개발 등 '콩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2030년까지 연간 30만t의 콩을 생산해 국가 스스로 영양실조를 퇴치하도록 함께 협력하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부녀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산란계 사업을 확대하고, 난민촌과 보육원, 빈촌 등의 부녀자와 초등학생을 위한 급식 사업도 계속 펼칠 계획이다. NEI는 2007년부터 14년 동안 200만 명의 학생에게 급식했다. 두유를 만들어 빵과 함께 제공,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