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korea
서브비주얼

공지사항

[중앙일보] '네슬레 임원 박차고 아프간서 ‘희망의 콩 심기’, 권순영 박사' 2010년 10월 16일자


네슬레 임원 박차고 아프간서희망의 콩 심기’, 권순영 박사

굶주려 쓰러질 듯한 아프간 사람들, 다음엔 이 세상서 못 보겠다는 생각에…”
그 는 네슬레라는 유명 식품회사의 임원이었다. 그러나 돌연 사표를 던지고 폐허의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손에 든 것은 콩 씨앗. 주린 배를 움켜쥔 채 명줄이 타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그는 콩이라는생명의 싹을 건넸다. ‘희망의 콩 사업(NEI)’라는 조직을 세운 뒤 30년 전쟁터의 쑥대밭에서 지난 8년간콩 심기운동을 벌여온 아프간의 식량 구세주, 권순영(62) 박사를 13일 서울 중구 순화동의 NEI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김준술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2003 년 아프가니스탄 북부의 마자르 이 샤리프. 뿌연 먼지가 날리는 길거리에서 부녀자와 할머니들이 휘청대며 힘겨운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면 쓰러질 것만 같았어요, 못 먹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참담함 그 자체였죠”.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얘기를 듣고 아프간을 찾은 권순영 박사의 뇌리에 박힌 첫인상은절망이란 단어였다. “다음에 오면 그 여인네들을 이 세상에서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죠”. 그는 잘나가는 식품영양학자로서 굶주림을 없앨 비법이 없을까 본격적으로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콩 심기를 떠올린 건가요
.
영양실조란 학문적으로 보면단백질 결핍을 말해요. 이게 없으면 사람은 죽죠. 근육이며 뼈·두뇌에 모두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면역체계 형성에도 간여하고요. 그런데 단백질을 공급하는 경로는 네 가지예요. 고기류와 우유류·계란·콩이죠. 그중에서 콩이 아프간 사람들에게 먹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죠. 고깃간이 있지만 돈이 없어 사먹지 못하고, 젖소를 키우거나 계란을 접하기도 쉽지 않은 사람들이었죠. 콩의 36% 이상은 단백질로 이뤄져 있어요.”

아프간엔 콩이 없었나 보죠?
아프간 농민의 90% 이상은 농사 짓는 법을 잘 알고 있었어요. 광활한 농지도 있었죠. 그러나 농부들은 콩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아프간 농촌진흥청에서 시험 재배를 했지만 널리 퍼지진 않았어요. 콩 심어본 역사가 없는 나라였죠”. 그는 콩이면 명줄을 늘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정부 사람들을 찾아갔다. “콩으로 영양 문제를 해결하면 이 나라가 일어서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아프간 공무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돕겠다고 나섰다. 7개 시골에서 콩의 시험 재배에 들어갔다. 3년이 지난 2005년 아프간 농축산부가 결론을 냈다. “아프간에 콩을 보급합시다”.

난관은 없었습니까.
시험 재배 이후인 2006년에 씨앗 40t으로 본격적인 콩 심기를 시작했어요. 두 가지 종자를 주로 썼죠. 9개 주 2000여 명의 농부에게 콩 씨앗을 전달했어요. 곡절이야 많았죠. 씨앗을 그냥 먹어버린 사람도 있었어요. 그만큼 배를 주렸다는 얘기죠. ‘먹어 보니 어떻냐고 물었더니맛은 좋아요하더라고요”.

씨앗은 어떻게 구했습니까.
재미동포들을 중심으로 NEI 후원자들이 보낸 돈이 큰 보탬이 됐죠. 몇십 달러부터 1만 달러까지 십시일반 응원이 답지했어요”.

콩이 실제로 아프간 사람들을 먹일 만큼 도움이 됐나요.
씨앗 1t을 뿌리면 보통 40t의 콩이 나와요. 여섯 명으로 이뤄진 가구 1만 가구가 석 달간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1000t이면 25만 가구, 150만 명 이상의 소중한 식량이 되는 거죠. 올해 아프간 각지에서 추수하는 양은 3000t 정도 될 걸로 보입니다.”

상당한 성과군요. 네슬레 이사라는 좋은 자리를 그만둔 걸 후회하진 않습니까.
제가 고려대(농예화학)를 나와 76년 미국으로 가서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를 땄어요. 식품생화학과 영양학을 공부했죠. 네슬레에서 주특기는 의료식품 쪽이었어요. 조제분유나 병원에서 쓰는 영양보충제 같은 걸 개발했죠. 그러다 아프간의 아사(餓死) 얘기를 듣게 됐고 해법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식품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면 1.5%만 매출이 늘어도 대성공이라고 해요. 그런데 아프간에서는 콩 심기 두 번째 해인 2007년에 1만 명이콩을 달라고 신청해왔어요. 1년 만에 5배의 성과를 낸 거지요. ‘이거구나짜릿한 보람을 느꼈어요. 그런데 네슬레에 재직하면서 아프간에 가자니 쉽지 않았죠. 임원이어서 1년에 휴가를 5주 쓸 수 있었고 아프간에서 모두 사용했지만 그걸론 모자랐어요. 결정할 시점이 다가온 거죠. 고민했어요. 회사가 돈을 잘 벌도록 돕느냐, 한 인간이 영양실조를 벗어나도록 돕느냐, 선택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네요.
그때 아프간 사람들 얼굴이 생각났어요. 2005년 아프간 서부에서 주민들을 설득할 때였습니다. 건물이 부서진 시가지에서 유일하게 남은 호텔에서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고 콩 씨앗도 나눠줬죠. 그런데 돌아간 사람들이 몇 시간 뒤 다시 찾아왔어요. ‘감사 인사를 못 드리고 가서 마을 어귀까지 갔다 다시 왔다는 겁니다. 그때마음의 눈물을 흘렸어요. 결국 아내에게 “22년간 다녔지만 이제 네슬레를 나오면 어떻겠냐고 물었어요. ‘그래도 하루에 두 끼는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냐고 했죠. 아내는 제가 아프간과 네슬레 일을 모두 하다간 제명에 못 살 거라고 생각했어요. 흔쾌히 아프간 일을 하라고 찬성해줬죠”.

● NEI 조직은 어떻게 꾸려갑니까.
자원봉사자가 주축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에 본부가 있고 서울·아프간 카불 등에 사무실이 있어요. 후원자는 한국·미국에서 1000여 명 정도 됩니다. 서울사무소의 한혜란 팀장은 대원외고와 미국 명문인 브라운대를 나와 미국의 정보기술(IT)업체에서 컨설팅 일을 하다 지난 5월 합류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젊은이들이 아프간의콩 기적주춧돌을 놓고 있어요”.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0-12-16

조회수1,507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
보험회사홈페이지

COPYRIGHT© 2015 BY NEI KOREA.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321,2층 에이18(창신동)

neikorea@gmail.com Hosting by 오마이사이트

문의사항

070-4044-7240

AM 09:00~PM 06:00

토,일,공휴일 휴무입니다.

트위터
유튜브
해피빈
아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