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돈, 무엇을 택하겠느냐
아프간에서 콩 심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콩이 존재하지 않아 사람들에게 콩에 대한 인식을 심어줘야 했다. 또한 아프간은 세계 양귀비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콩 재배가
수익성이 없다고 주저했다. 정부 관리들은 찬성한 상황이지만 농부들의 인식을 바꾸기 어려웠다. “농축산부 고위관리들과 여러 농부들을 대상으로 콩
재배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한 농부가 수익성도 없는 콩을 뭐하러 심냐며 한소리를 했습니다. 그 때 농축산부 국장이 일어나 이렇게
말했어요. ‘양귀비는 마약이고 사람을 살릴 수 없다. 하지만 콩은 식품이고 영양실조 퇴치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사람과 돈, 무엇을
택하겠느냐’ 이 말을 들은 그 농부는 수치스러움으로 자리에 그대로 앉고 말았어요”
이제 그 양귀비 밭이 콩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2년간 시험 재배를 거쳐 현재는 아프간의 34개 주 전역에서 콩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처음엔 씨앗을 수입해서 심었으나 이제는 콩 씨앗도 자체
생산해 낸다. 권 교우는 단순 원조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 콩 재배법, 콩 가공과 판매시장 개발법
등 교육에도 집중했다.
타국에서도 콩 심기 요청 들어와
그동안 아프간의 여자들은 이슬람 문화의 특성 상 집에만
파묻혀 살고 상업적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자들의 영양실조가 극심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젠 과부들도 콩을 재배하고
집에서 두유와 콩가루를 만들어 콩난(콩가루 10%와 밀가루 90%를 섞어서 만든 빵)을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출산 후 모유가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던 산모가 콩가루와 두유를 먹고 난 후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게 됐다며 매우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산모와 아이들을 살려야지요”
아프간에서의 성공이 알려지자 유엔세계식량기구(WFP)도 그의 사업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남수단과
라오스에서도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아프간에서 좀 더 제대로 성과를 얻은 후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모교와 교우들이 할 수 있는 일
권 교우는 아프간에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프간의 대학엔 영양, 식품, 가공관련 학과가 없어요. 콩 식품 문화는 학문적인 뒷받침이 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데
저는 모교가 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과목 개설이나 가르침 지원, 더 나아가 식품가공실험실 등도 개설해 줄 수 있을
것이고, 아프간 대학생을 초청해 모교 식품영양 관련 학과에서 연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죠. 고대가 포문을 연다면 더 많은
지원이 생길 것이라 확신해요. ‘글로벌’의 진짜 의미와 정신, 목적을 생각할 때입니다”
권 교우는 현재 콩 식품 가공업 발달을 위해
가공 시설을 세우고 있다. 아프간 사람들은 가공을 통해 두유, 두부 등 더 많은 고단백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 권 교우는 여기에 교우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우들이 물질적 지원을 통해 가공시설을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면 아프간의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권 교우에게 아프간은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콩 재배법을 가르친 후 너무나 기뻐하며 돌아간 농부 몇 명이
있었어요. 그런데 두 시간 후에 갑자기 다시 돌아온 겁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못해서’라고 하더군요. 인사를 전하기 위해 두
시간을 꼬박 걸려 걸어갔던 길을 그대로 돌아온 것입니다. 탈레반은 아프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착하고 아름다운 아프간
사람들을 돕는 고대인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솔지 기자